권여현은 억압된 감각과 욕망의 귀환을 추적하는 동시대 회화 작가이다.
그는 사회적 규범과 이성의 질서 속에서 유예된 감각과 욕망이 어떤 방식으로 변형되어 다시 드러나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권여현의 작업은 신화, 역사, 철학 등 다양한 인문학적 층위를 가로지르며,
최근의 「낯선 곳에서의 일탈자들」에 이르기까지 강렬하고 스펙터클한 회화적 장면을 발표 해왔다.
그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드물게, 형상을 통해 사유를 구현해온 ‘형상철학자’라 할 수 있다.
그의 회화는 직접적인 재현이 아니라 왜곡된 제스처와 일상적 몸짓을 통해 실존적 감각이 작동하는 지점을 드러낸다.
우리는 언제 가장 깊이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가.
우리가 갈망하는 어떤 순간은 익숙한 자리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낯선 곳에서 찾아온다.
익숙함이 지워지고, 애써 외면해온 환경 속에 놓일 때 우리는 비로소 본질적인 감각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제야 미뤄두었던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권여현이 구현하는 ‘낯선 곳’은 우리 현실과 닮아 있으면서도 다른 층위가 겹쳐진 하나의 가상적 공간이다.
이곳에서 인물들은 그간 유예해왔던 감각과 욕망을 다시 드러낸다.
우스꽝스럽고 비논리적이며 때로는 불편한 그들의 몸짓은 억압된 감각이 본질로 드러나는 하나의 방식이다.
화면 속 인물들은 감각을 드러내는 동시에 폭로하며, 우리가 닫아두었던 내면의 층위를 조용히 환기시킨다.
어느 날,나는 그의 전시를 보기 위해 남산 소월길을 올랐다.
빛이 유난히 아름답던 그날, 갤러리에서 마주한 화면은 복잡하고 난해한 형상들로 가득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은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아 있다.
아마도 그것은 이미지를 이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작가가 만들어낸 감각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권여현의 회화는
빠르고 간결한 붓질, 얇고 투명한 색채, 그리고 최소한의 터치를 통해
유화 물감 안에 먹의 농담처럼 스며드는 깊이를 만들어낸다.
이는 재현을 넘어 감각을 직접적으로 발생시키는 그의 회화적 언어이다.
결국 그의 회화는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의 장이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을 보고 있는가가 아니라,
당신은 어떤 감각을 애써 외면해왔는가를.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여기까지 달려온 자신을 조용히 마주하게 된다.
갤러리초이 김미경 대표
